[고혈압 전단계 관리]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와 3개월 안에 정상으로 되돌리는 법


고혈압 전단계.. 뭐가 문제라는 거지?

결과지를 받아들고 혈압 수치를 봤을 때의 기억이 납니다. 
132/85. 그 옆에 작게 적힌 '고혈압 전단계'라는 단어.
고혈압은 아니잖아. 전단계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찝찝한 걸까요. 

집에 돌아와서도 자꾸 그 숫자가 눈에 밟힙니다. 
검색창에 '고혈압 전단계'를 쳐봤다가 나오는 무서운 이야기들에 더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나이 들면 다 그래" 
"나도 그 정도야" 이런 말만 돌아옵니다. 

그래서 더 헷갈립니다. 
진짜 괜찮은 건가, 아니면 지금 뭔가 해야 하는 건가.

의사 선생님은 왜 약을 안 준 걸까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활습관 개선하시면 됩니다." 약 처방전은 없었어요.

처음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약 먹는 단계는 아니구나.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활습관 개선이라는 게...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담배는 안 피우고, 술도 많이 안 마시고, 운동도 가끔은 하는데. 뭘 더 바꾸란 말인가. 
직장 다니면서 매일 샐러드만 먹고 살 수도 없고, 헬스장 다닐 시간도 없는데 말이죠.

그렇게 몇 주가 지나갔습니다. 아무것도 안 바뀌었어요. 다음 검진 때까지 1년. 
그때 가서 혈압이 더 올라가 있으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그런데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요?

전단계라는 말의 진짜 의미

고혈압 전단계. 
이 단어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전'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어요. 앞 전(前). 
고혈압 '이전'이 아니라 고혈압 '직전'이라는 뜻입니다.

기차가 역에 도착하기 전, 속도를 줄이는 구간이 있죠. 
아직 역에 도착한 건 아니지만, 이미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해야 하는 지점. 
고혈압 전단계가 딱 그렇습니다.

미국심장협회에서 혈압 기준을 130/80으로 낮춘 건 2017년입니다. 
왜 기준을 낮췄을까요?
그 이전까지 140/90 미만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심혈관 질환을 겪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이 추적 조사를 해봤더니 130대 혈압을 가진 사람들도
뇌졸중, 심근경색이 왔어요.
"아, 우리가 안전하다고 본 그 구간도 사실은 위험했구나." 그래서 기준을 바꾼 겁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들

대한고혈압학회 통계를 보면, 
고혈압 전단계인 사람 10명 중 3~4명이 4년 안에 고혈압 환자가 됩니다.
4년이요. 생각보다 빠르죠.

프레밍햄 심장 연구라는 유명한 장기 추적 연구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 마을 주민들을 수십 년간 관찰한 건데요. 

거기서 나온 결과가 좀 놀랍습니다. 
고혈압 전단계 사람들의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정상 혈압인 사람보다 1.5~2배 높았어요.

2배라는 건 뭐냐면요.
주사위를 던질 때 1이 나올 확률이 6분의 1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3분의 1이 된 겁니다.
확률이 두 배로 뛰었어요.

그래도 아직은 약을 먹을 단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금은 약 없이도 되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전입니다.

소금, 정말 그렇게 나쁜가

짜게 먹지 말라는 말,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죠.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회사 식당 점심, 저녁 회식, 편의점 도시락. 
우리가 먹는 게 다 짜요. 안 짜게 먹으려면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그래서 포기하는 겁니다. 어차피 안 되는 거, 생각하지 말자.
그런데 완벽하게 안 짜게 먹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지금보다 조금만 덜 짜게 먹으면 됩니다. 

나트륨을 조금만 줄여도 혈압은 내려갑니다. 
5~6mmHg 정도요.

저도 해봤어요. 라면 먹을 때 스프 반만 넣기. 
처음엔 맛없어서 못 먹겠더라고요. 
그런데 일주일 지나니까 적응되더라고요.
2주 지나니까 오히려 전에 먹던 게 너무 짜게 느껴졌어요.

찌개 국물도 그래요. 건더기만 건져 먹고 국물은 남기기. 
이것만 해도 나트륨 섭취량이 확 줄어듭니다.
바나나 하나를 책상에 놔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칼륨이 많은 음식은 나트륨을 배출시켜줘요.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냥 바나나 한 개.

헬스장 끊었는데 안 가면 어떡하죠

작년 1월에 헬스장을 끊었습니다.
 PT도 등록했어요. 처음 한 달은 열심히 갔습니다. 
2월엔 일주일에 두 번. 3월엔... 그냥 끊었어요. 6개월치 돈은 날렸죠.

운동하라는 말이 부담스러운 건 '헬스장'이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헬스장 가야 하고, 운동복 입어야 하고, 운동화 신어야 하고. 그러니까 안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연구 결과를 보면 걷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하루 30분, 빠르게 걷기. 이것만으로도 혈압이 5~8mmHg 내려가요.

빠르게 걷는다는 게 뭐냐면, 
옆 사람이랑 대화는 할 수 있는데 노래는 못 부를 정도. 그 정도면 돼요.

저는 점심 먹고 나서 10분만 걷습니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한 바퀴. 
딱 10분. 비 오면 못 나가니까 그냥 복도를 왔다 갔다 해요.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뭐 어때요.

출근할 때 지하철 한 정거장 일찍 내리기
이것도 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아침 공기 좀 마시고, 정신도 맑아지고. 늦잠 자면 못 하지만요.

계단 오르기도 운동입니다. 
3층까지는 엘리베이터 안 타기. 
처음엔 숨 차서 힘들었는데, 한 달 지나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1kg 빼면 1mmHg 내려간다

체중 1kg 감량하면 혈압 1mmHg 내려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10kg 빼면 10mmHg. 
거의 약 한 알 효과예요.
그런데 10kg을 어떻게 빼냐고요. 
그게 쉬우면 다들 마른 사람이겠죠.

한 달에 1kg씩만 빼면 됩니다. 
1kg이요. 한 달에. 일주일에 250g씩. 하루에 36g씩.
너무 적은 것 같나요?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유지 가능한 속도예요. 

한 달에 5kg 빼는 다이어트는 다음 달에 다시 5kg 찝니다. 
그렇게 요요를 반복하는 것보다, 천천히 빼고 유지하는 게 낫습니다.

저는 저녁 8시 이후에 안 먹기를 시작했어요. 
물이랑 블랙커피만. 야식을 엄청 좋아했는데, 
이거 하나만 끊었더니 한 달에 1.5kg씩 빠졌습니다.
배달 음식도 줄였어요. 일주일에 세 번 시켜 먹던 걸 한 번으로. 
아예 안 먹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일주일에 한 번은 먹어도 되는 거로 정했습니다.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게 제일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 관리 하세요." 이 말만큼 스트레스 받는 말이 또 있을까요. 
직장 다니면서 스트레스 안 받을 수가 있나요.
상사는 매일 뭐라 하고, 실적은 안 나오고, 집에 가면 애들은 떼쓰고. 

이런 상황에서 "명상하세요" "요가하세요" 이런 말이 와닿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없앨 수는 없어도 반응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심호흡이요. 진짜로 됩니다. 화날 때 깊게 숨 쉬는 거. 
코로 4초 들이쉬고, 7초 참고, 8초에 걸쳐 입으로 내쉬기. 
이거 세 번만 반복하면 심장 박동이 느려집니다.

출근길에 좋아하는 노래 듣기. 이것도 효과 있어요. 
아침부터 뉴스 들으면서 짜증 내는 것보다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가는 게 훨씬 낫습니다.

잠자기 전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면 다음 날 피곤하고, 피곤하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집니다.
완벽하게 할 필요 없어요. 

저도 매일은 못 합니다. 그냥 가끔, 생각날 때.
침대에 누워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보다 보면 새벽 2시예요. 

수면도 중요합니다. 
하루 7~8시간 수면을 못 취하면 혈압 조절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스트레스 줄이는 작은 습관

  • 하루 5분 심호흡(배로 숨 쉬기)
  • 출퇴근길 좋아하는 음악 듣기
  • 잠들기 전 오늘 있었던 좋은 일 세 가지 떠올리기
  • 주말 한 시간은 핸드폰 꺼두고 나만의 시간 갖기
  • 명상 앱 활용하기(Calm, 마보 같은 앱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점검해 보세요: 혈압 관리 체크리스트

지금 자신의 생활습관을 점검해 볼까요? 
다음 항목 중 몇 가지나 실천하고 계신가요?

□ 하루 소금 섭취량 6g 이하로 조절하고 있다
□ 채소와 과일을 매일 충분히 먹는다
□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걷거나 운동한다
□ 적정 체중을 유지하거나 감량 중이다
□ 금연하고 있다(또는 비흡연자다)
□ 술은 하루 1~2잔 이하로 마신다
□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나만의 방법이 있다
□ 매일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다
□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한다
□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5개 이하: 생활습관 개선이 시급합니다. 한 가지씩 천천히 시작해 보세요.
6~8개: 잘하고 계십니다! 몇 가지만 더 보완하면 됩니다.
9개 이상: 훌륭합니다. 지금처럼만 유지하세요.


아침에 재는 혈압이 진짜입니다

병원에서 혈압 재면 긴장해서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의 고혈압'이라고 해요. 흰 가운 입은 의사 선생님 앞에서 긴장하니까.
그래서 집에서 재는 혈압이 더 정확합니다.
 
혈압계 하나 사세요. 3~4만 원이면 됩니다.
팔뚝에 감는 걸로. 손목에 차는 건 정확도가 떨어져요.

아침에 일어나서 한 시간 안에 재면 됩니다. 
화장실 다녀오고, 5분 정도 앉아서 숨 고르고, 그다음에.
카페인 마시기 전이요.

일주일에 두세 번만 재면 됩니다. 
매일 재면 스트레스 받아요. 하루하루 수치 다르거든요. 
그냥 일주일에 몇 번, 자기가 기록하고 싶을 때.

수첩에 적어두면 좋습니다. 나중에 병원 갈 때 가져가면 의사 선생님이 좋아하세요.
"집에서 잘 관리하시네요" 이러면서.

정확한 혈압 측정법

  •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 소변 본 후
  • 측정 30분 전부터 카페인, 담배 금지
  • 5분 정도 안정을 취한 후
  •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서
  • 팔은 심장 높이에
  • 2~3분 간격으로 2회 측정해서 평균값 기록

3개월이면 바뀝니다

생활습관 바꾸기 시작한 지 3개월 됐을 때였어요. 

혈압을 쟀더니 125/80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기계가 잘못 잰 줄 알았어요.

다시 쟀는데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전에는 132/85였거든요. 7 정도 내려간 거예요.

사실 처음 한 달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130대 초반. 이거 해서 뭐가 달라지나 싶었어요. 

그런데 2개월째부터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약 먹은 것도 아닌데 신기했어요. 

그냥 라면 스프 반만 넣고, 저녁 8시 이후에 안 먹고, 점심 먹고 10분 걸은 것뿐인데.

완벽하게 한 것도 아니에요. 가끔 술도 먹었고, 치킨도 시켜 먹었고, 운동 안 한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예전보다는 나은 생활을 했던 거죠.

한꺼번에 다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1월 1일에 다짐합니다. "올해는 달라질 거야. 운동 매일 하고, 술 끊고, 담배 끊고, 다이어트하고..."
2월이면 다 포기합니다.
한꺼번에 다 바꾸려고 하면 실패해요. 습관은 하나씩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번 달에는 짜게 먹지 않기만 신경 씁니다. 
다른 건 신경 안 써요. 한 달 동안 이것만. 한 달 지나면 어느 정도 익숙해져요.

다음 달에 걷기를 추가합니다. 짜게 먹지 않는 건 이제 자동으로 되니까, 
거기에 걷기만 더하는 거예요.

그다음 달에는 야식 끊기. 이렇게 하나씩.
작은 변화가 쌓이면 큰 변화가 됩니다. 6개월 후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당신의 혈압은 내려갈 겁니다

고혈압 전단계. 이 단어를 봤을 때의 그 불안한 마음,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건 기회이기도 해요. 약 없이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지금 시작하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제보다 조금만 나으면 됩니다. 오늘 라면 스프를 반만 넣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오늘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갔다면 그것도 대단한 거예요.

3개월 후에 혈압을 다시 재보세요.
숫자가 달라져 있을 겁니다.
6개월 후에는 더 많이 내려가 있을 거고요.
1년 후에는 정상 혈압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이미 당신이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시작하면 됩니다. 오늘부터.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치료 계획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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